미 연방항소법원도 “트럼프 관세는 불법” 판결 (2025.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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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5-09-01 10:06 조회20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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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항소법원도 “트럼프 관세는 불법” 판결
- 한승동 에디터
- 승인 2025.08.30 16:35
연방 무역법원의 1심 판결에 이어 2심도 "위헌"
미국 여론도 60% 이상이 트럼프 관세에 반대
10월 14일 상고 기한까지 일단 현행 관세 유지
상고심, 6대 3 보수법관 우위여서 예측 불허
트럼프 2기 출범 반년 만에 관세수입 121조 원
정권 바뀌더라도 '달콤한 고율관세' 못 버릴 것

미국 연방 순회항소법원은 2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교역 상대국들에 부과한 징벌적인 관세 중 많은 것들이 불법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는 지난 5월 중소기업들과 주 정부들이 트럼프 관세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연방 무역법원이 내린 1심 무효 판결을 지지하는 것으로, 트럼프 정부의 관세전쟁 수행에 대한 의구심과 반대여론이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1심에서 연방 무역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와 마약 펜타닐 관련 징벌관세 조치가 대통령 권한을 벗어난 것이라며 헌법 위반이라 판결했다.
10월 14일 상고 기한까지 일단 현행 관세 유지
항소법원은 그러나 원고 쪽이나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는 10월 14일까지 집행을 연기해, 대법원이 상고심을 기각하거나 최종 무효판결을 할 때까지 현행 관세 징수는 계속할 수 있게 허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 계정에 “모든 관세는 여전히 유효하다. 당파적인 법원이 관세를 철회해야 한다고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 판결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미국에겐 완전한 재앙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대법원에 상고할 뜻을 밝혔다. 그는 법원이 자신의 관세 부과를 무효화해 이미 징수한 거액의 관세를 반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1929년과 같은 대공황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위협적인 주장을 펼쳤다.
IEEPA를 근거로 한 트럼프 관세는 위헌
미국에서 관세는 본래 의회의 전권사항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977년에 제정된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로 대통령령을 발동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왔다. IEEPA는 미국 안보와 외교, 경제상의 국가 비상사태 발생 시에 대통령이 외국과의 무역 등 경제활동을 광범위하게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이다.
연방 무역법원의 지난 5월 1심 판결과 이번 연방 항소법원의 2심 판결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세기 전에 제정된 IEEPA를 근거로 고율 관세를 부과할 권한이 없다며 위헌이라고 못박은 것이다. 중소기업 등 원고 쪽은 대통령이 부과할 권한이 없는 외국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 때문에 재정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여론도 60% 이상이 트럼프 관세에 반대
법원의 판결은 트럼프 관세에 대한 미국 일반여론의 흐름과도 부합한다. 미국 조사회사 퓨리서치센터가 8월 4~10일 조사해 공표한 조사 결과는 응답자의 61%가 트럼프 관세에 반대(39%는 ‘강력하게 반대’)했으며, 찬성자는 38%(‘강력하게 찬성’은 15%)였다. 정당 지지자별로는 공화당 지지자들은 32%가 반대하고 68%가 찬성했으나, 민주당 지지자들은 89%가 반대하고 11%가 찬성했다.
항소법원의 판결에다, 트럼프 고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분이 소비자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8월 이후 악화된 여론까지 가세할 경우 트펌프 관세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분은 결국 자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상고심, 6대 3의 보수법관 우위 상황에서 예측 불허
1, 2심에서 무효 판결을 받은 소송이 연방 대법원에서 역전될 가능성은 낮지만, 지금 미국 연방 대법원 9명의 법관 구성이 보수6 대 진보3의 비율이어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그리고 설사 법원 최종 판결이 관세 철폐나 인하 쪽으로 내려진다 하더라도, 이미 고관세를 통해 막대한 재원을 얻게 된 행정부가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이미 그 관세 수입을 토대로 한 재정운용에 길들여진 나머지 관세 부과 이전으로 되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2기 정권 출범 반년만에 관세수입 121조 원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지금까지 반년(1~6월)만에 관세수입이 872억 달러(약 121조 원)에 이르렀으며, 이대로 가면 관세 수입이 법인세 다음으로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관세수입이 미국정부 고정재원으로 자리잡을 경우 앞으로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고관세 정책을 폐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관세수입은 상호관세를 발동한 지난 4월부터 급증해, 6월에는 266억 달러(약 37조 원)로 예년의 4배에 달했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에 따르면, 6월 말까지 상호관세의 기본세율 10%만으로 관세수입은 177억 달러(약 25조 원)가 넘었다. 여기에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로 107억 달러(약 15조 원) 이상이 따로 징수된 것으로 CBP는 분석했다.
정권 바뀌더라도 '달콤한 고율관세' 버리기 어려울 것
이처럼 별다른 노력 없이 정치적 결정만으로 이런 거액의 수입이 늘어나 정부 재정운영이 윤택해지고 고질적인 재정적자까지 손쉽게 줄일 수 있다면, 그러고도 별다른 부작용이나 저항이 없다면, 누가 이를 거부할 수 있을까. 문제는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관세전쟁 앞날에는, 미국 국내 여론이나 법원 판결에서 보듯 엄청난 부작용과 저항이 기다리고 있다. 교역 상대국들도 관세를 높이거나 미국과의 교역을 피하거나 줄이는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다.

미국 평균실효관세율 20%대
예일대 예산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실효관세율은 지난 7월 13일 현재 20.6%로 19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수입품 가격에서 관세가 차지하는 비율도 급속히 늘고 있다. 8월 초부터 새로운 상호관세율이 발동된 뒤 “나라가 관세로 부유해질 것”이라는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의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트럼프의 강압적 관세협상으로 미국이 외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평균관세율은 20%대인 반면 교역 상대국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는 0%(제로)를 유지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은 이런 뒤틀린 상황에 환호하고 있다.
미국 세수 총액 대비 관세수입 비율 4%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지난 6월 추가관세가 2035년까지 미국의 재정적자를 2조 8천억 달러(약 3890조 원) 줄여 줄 것으로 시산했다. 세수 총액인 67조 5천억 달러의 4%에 상당하는 액수다. 미국 초당파 재정감시기구인 CRFB는 2026년부터 2035년까지 10년간 미국의 누적 재정적자가 22조 7천억 달러(약 3경 15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미국의 세수에서 관세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3년에 2.8%였다. 이는 영국의 0.7%, 프랑스의 0.006%에 비해 월등히 높고, 중국의 2.7%보다도 높았다. 지금 미국의 총 세수 대비 관세수입 비율 4%는 일부 개도국들에서나 볼 수 있는 세수구조다.
이런 상황에 익숙해지면 차기 정권을 어느 당이 잡더라도 미국은 이 구조를 깨기 어려워질 것이고, 따라서 고관세 정책이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들이 많다. 그러면 부작용과 저항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