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앞줄 왼쪽부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참석하고 있다. 브릭스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전쟁,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의 갈등 속에서 회원국이 5개국에서 11개국으로 확대된 이후 처음으로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EPA연합뉴스
러시아, 중국, 인도 등 비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CIS) 회원국들이 미국의 이란 핵시설에 대한 타격과 광범위한 관세부과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11개 브릭스 회원국은 6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17차 정상회의에서 사전 조율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고 AFP·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선언문에서 브릭스 정상들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완전한 감시하에 있는 이란의 “평화적 핵 시설에 대한 군사 공격”을 규탄하는 한편 “무차별적으로 인상한 관세 부과”에 따른 글로벌 교역 질서 교란을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정책에 대해 “세계질서를 위협”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지만, 선언문 자체에 ‘트럼프’를 적시하진 않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브릭스는 또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고 있는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한편 ‘브릭스판 세계은행’이라고 불리는 신개발은행(New Development Bank·NDB) 내에서의 자금조달 비용 인하·투자 촉진을 위한 보증 이니셔티브 시범 운영 계획을 전폭 지지하기로 했다.
7일까지 이틀간 일정으로 열리는 이번 다자간 외교 무대는 10여년 넘게 5개국(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어오던 회원국 규모를 11개국(이집트·에티오피아·이란·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인도네시아 합류)으로 불린 뒤 처음 마련됐다.
그러나 주요국 정상의 대면 회의 불참으로 국제사회의 주목도가 다소 떨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후 처음으로 브릭스 정상회의를 건너뛰었고, 우크라이나 전쟁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로부터 체포 대상에 오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화상 연설로 대체했다. 브라질은 ICC 가입국이다.
중국에선 리창 국무원 총리가, 러시아에서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각각 자국 정부를 대표해 자리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영상 연설에서 “자유주의적 세계화 모델은 낡았으며, 천연자원 개발과 금융 거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브릭스 회원국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앞으로는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 시장들이 교역에서 각자 자국 통화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며 ‘탈달러’를 촉구했다.
한편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브라질을 함께 찾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회동하고 이란의 핵 프로그램 관련 분쟁 해결 지원 제안을 재확인했다고 로이터가 러시아 외무부를 인용해 보도했다.